블랙베리 주가를 발목잡는 것 (feat. 공매도 비율이 높은 이유)
블랙베리 FY 2021 4분기, 연간 재무제표 분석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했던 블랙베리,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자율주행 및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로 탈바꿈 하며 다시 옛 영광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2/23/2020122302853.html
그리하여 2021년 초에는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2월을 기점으로 계속 해서 주가가 하락세입니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연간 실적 부터 보고가겠습니다.
1. 매출 2021년 2월 28일 종료된 회계연도의 매출은 8억 9,300만 달러였습니다.
2020년 2월 28일은 물론 2019년 2월 28일에 종료된 회계연도보다도 매출이 적었습니다.
2. 그럼에도 매출원가는 2020년과 2019년과 비교해 평이한 2억 5,000만 달러였습니다.
3. 영업 비용은 2020년 9억 1,200만 달러보다 크게 증가한 17억 5,000만 달러였습니다.
4. 그 결과 영업적자폭이 2020년 1억 4,900만 달러보다 정말 크게 증가한 11억 700만 달러였습니다.
일단 실적을 산출하는 요소, 매출은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했습니다.
매출에서 비용이 빼지는 것인데 그 결과물인 실적은 감소 할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어떤 비용들이 매출이 감소함에도 증가하였을까요?
3-1. Impairment of goodwill 영업권의 손상.
이는 2020년 5월에 출시한 블랙베리 Spark 라는 제품에서 일어난 영업권의 손상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매출총이익에 맞먹는 5억 9,400만 달러였는데요.
covid-19 경제위기로 해당 자산의 손상을 인식하였다고 합니다.
영업권을 포함한 무형자산은 사실 손상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데요. 블랙베리가 들인 돈에 비해 이 자산의 가치가 손상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3-2 Impairment of long assets
장기 자산에서도 손상이 일어났는데요. 마찬가지로 covid-19 때문 이었습니다.
3-3 Debentures fair value adjustment 사채의 공정가치 조정
에서 3억 7,200만 달러의 조정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오늘 제가 설명드릴 핵심 항목인데요.
일단 블랙베리가 가진 전환사채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블랙베리는 2010년대에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회사를 매각하려고 했습니다.
슬프게도 매각조차 실패했습니다. 블랙베리를 인수하거나 인수하는 것이 가능한 회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04/2013110403863.html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보험사 Fairfax 등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 돈으로 급한 불을 끕니다.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블랙베리가 가지고 있는 전환사채 리스크
1. 블랙베리는 2016년 9월 7일, 캐나다의 금융회사 Fairfax와 다른 투자회사들로부터 6억 500만 달러, 3.75%의 이율로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2. 해당 전환사채는 10달러당 블랙베리 1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4. 해당 전환사채는 금지조항이 없습니다.
5. 2020년 11월 13일이 만기입니다.
그리고 2020년, 해당 전환사채의 만기가 다가오자 블랙베리는 전환사채를 일부 상환하고 일부 리픽싱 refixing합니다.
1. 2020년 9월 1일, 회사는 3.75%의 전환사채 6억 1,500만 달러 모두 상환했습니다.
2. 2020년 9월 1일 회사는 3억 6,500만 달러, 1.75%의 이자율에 2023년 11월 13일 만기로 새로운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이는 3.75%의 기존 전환사채를 부분적으로 포함합니다.)
3. 해당 전환사채는 6달러당 블랙베리 보통주 1주로 전환 가능합니다.
4. 1.75% 의 전환사채는 전환효과가 행사되고 난 후에, 사채의 보유자가 회사의 유통되거나 총 발행된 주식의 19.99% 이상을 통제할 수 없도록 막는 금지 조항이 있습니다.
5. 사채의 분기 이자는 200만 달러이며, 연간이자는 600만 달러입니다.
이 전환사채는 이자도 문제지만 여러모로 블랙베리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입니다.
주당 10달러로 전환 가능한 3.75%의 이전 사채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1. 블랙베리의 주가가 오를 경우
블랙베리의 주가가 오를 경우, 예를 들어 주가가 10달러에서 15달러로 오른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겨우 10달러에 블랙베리 주식을 가질 수 있는(바로 팔기만 해도 주당 5달러의 차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채, 정확히는 전환권의 가치가 오릅니다.
그런데 이 사채의 가치가 오르면 블랙베리의 재무제표 , 더 나아가 블랙베리의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이 사채의 총합이 6억 짜리인데, 사채는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합니다. 이 사채의 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사채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오른다는 뜻이죠.
블랙베리 주가가 오른 만큼 사채의 가격이 오르면,
이 사채의 공정가치가 바뀌므로, 블랙베리는 이를 재무제표에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을 ‘사채의 공정가치 조정’ 이라고 하는데요. 아마 한국 회계용어로는 파생상품 손실 이라고도 부를 겁니다.
이번 분기만 해도 3억 7,200만 달러의 공정가치 조정이 일어나면서 이를 비용처리했습니다.
다만 이는 실제로 돈이 나간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금흐름표에서 조정이 일어나지만 실적이 나쁘게 나오는것은 변함 없습니다.
또, 실제로 전환이 일어날 경우에 주식숫자 또한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블랙베리의 기존 주주에게는 악재입니다.
주식숫자가 늘어나는데 회사의 가치는 그대로, 그러니까 회사/주식숫자=한주의 주가 인데 주식숫자가 늘어난다면? 당연히 한 주의 주가가 줄어들죠.
단기적으로 주가가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2. 블랙베리의 주가가 내릴경우
반대로 블랙베리의 주가가 내릴 경우는 어떨까요?
애초에 주가가 내린 것 자체가 주주들에게는 기분 상하는 일이지만, 전환사채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악영향들을 설명하겠습니다.
물론 앞서 주가가 오른 경우와 반대로 사채의 공정가치 조정이 일어나 금융수익을 보고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는 주가가 내린 분기의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채의 공정가치 조정이 일어나서 전환권 가격이 내려간다면 이 사채를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겠죠?(블랙베리의 경우 페어팩스 Farifax가 이 사채를 대다수 가지고 있습니다.)
사채의 투자자는 전환권의 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전환사채를 상환하고, 새로운 전환사채를 발행해달라고 요구 할 수 있는 것이죠.
블랙베리로 설명하자면, 블랙베리의 주가가 내렸기 때문에 10달러에 전환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 쓸모가 없어져버렸고, 페어팩스는 이 3.75%의 전환사채는 쓸모 없으니 새로운 전환사채를 발행해 달라고 요구 한 것입니다. 그렇게 새로 발행한 전환사채는 6달러에 블랙베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런 refixing이 일어나는 것 역시 주가의 희석을 불러 올 수 있습니다.
10달러에 한 주를 전환 할 수 있었는데 6달러에 한 주로 전환 할 수 있게 조정되면, 둘의 원금이 같을 경우에 훨씬 더 많은 주식을 전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채가 1000달러일 경우 10달러에 전환한다면 100주가 새로 발행됩니다.
그러나 6달러에 전환 가능 할 경우 166주가 새로 발행됩니다.
그러니까 기존 주주 입장에서 새로운 주식이 늘어나니 기존의 전환사채의 10달러 1주 전환 옵션으로 전환 했을 때보다, 훨씬 더 주가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블랙베리라는 피자 한 판이 있는데 100명이 나눠먹는 것과 166명이 나눠먹을때, 내가 먹을 수 있는 피자의 양이 어느 쪽이 많을지 생각해보면 명료해집니다. 주식수가 늘어나면 기존주주에게 악재입니다.
전환사채가 많은 기업은 공매도세력의 목표가 된다.
또한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블랙베리에게도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전환사채를 가진 기관은 지금 부터 설명할 방법으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되면 눈물 흘리는건 주식을 가진 개미들입니다.
이런 시나리오입니다.
A기관은 B라는 회사의 전환사채를 보유중입니다.
이 전환사채에는 10달러에 1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1. B 회사에 호재거리들이 발생해서 10달러이던 주가가 15 달러로 올랐습니다.
2. 그런데 사채의 전환가가 10달러입니다.
3. 주식 전환권을 행사하면 주식이 바로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이에 주가가 내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 A가 전환권을 행사하겠다는 기사 만으로 B의 주가가 내릴 수도 있죠. (다른 투자자들이 미리 익절을 하는거죠.)
이때 A 기관은 자신이 전환사채를 가지고 있는 B 회사에 공매도를 겁니다. (?)
그러니까 자기가 투자한 회사에 공매도를 거는건데요. 황당하죠?
왜냐면 공매도를 하면 지금 당장 15달러에 B회사의 주식을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환권을 행사하면 회사는 공매도를 해서 15달러에 회사의 주식을 팔았고, 며칠후 10달러에 싸게 주식을 교환하면 됩니다.
물론 A기관이 B회사의 미래전망을 좋게 보아서 공매도를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기관들이 공매도 걸기 딱 좋은 상황이 연출됩니다.
그래서 블랙베리의 공매도 비율이 높은 것입니다.
회사의 시총에 육박하는 액수의 전환사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블랙베리는 자율주행, 네트워크 보안 부분에서 전망이 괜찮은 회사이지만 단기적으로 이런 악재가 있기 때문에 알고 가시면 좋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전환사채 총액이 감소했고, 전환사채의 이자율이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이는 투자사인 Fairfax가 블랙베리의 사채를 투자하는데 리스크가 적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블랙베리가 전환사채를 모두 상환하기 전까지는 개미들에게는 힘든 시간이 지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이걸 모르고 투자했습니다. 이래서 잘 알아봐야한다는...ㅜ)
(본 게시글은 작성시점의 내용을 근거로 쓰였습니다. 부족한 제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어있음을 알립니다. )